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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BLOCK 2021. 11. 1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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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6

어디서부터잘못되었는지 시작해보자
나는 걱정이 없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수도 실패도 모자람도 걱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무언가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완성했다. 대단하진 않았지만 힘들고 짜증 나고 즐거운 시간들, 석화에게 전화하며 지금 예술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 나는 아주 반짝거리게 느껴졌다.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었지만 머릿속에 잇는 걸 끄집어내고 만들어 냈을 때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1.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
눈이 멀었다는 게 아니다. 글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지 못한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씩 건너 읽다가 어느새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로 시선을 옮긴다. 왜?
'나에겐 시간이 없다. 지금 하는 일을 바르게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못했지만 높이 가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항상 내 숨을 틀어막는 강박이다. 시간에 쫓겨 눈앞에 일을 하지 못하고 회피한다. 눈앞에 글과 자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시간은 흘러간다. 점점 두렵고, 점점 보이지 않고, 점점 시간이 흘러간다. 할 수 있는 것 없이 해야 하는 것들만 쌓여간다. 매달 쌓이는 책과 자료들, 한 문장도 읽지 않은 게 태반이다.

 

2. 방향을 잃었다.

나는 항상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길로 나아가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었다. 목표가 바뀌어도 꾸준히 따라가며 길을 찾고 무언가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길을 잃었다.
전에는 작곡을 하고 싶어서 작곡과에 갔고 사운드 디자인이 하고 싶어서 학원과 새로운 학교에 진학하고 미디어 아트가 하고 싶어서 전시 활동을 하다 지금은 미디어아트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리고 끝
왜 나는 여기서 멈췄을까,
내 머릿속에는 의심이 멈추지 않는다. 이 길이 옳은 길일까? 이걸 지금 하는 게 맞는 걸까? 그만두고 다른 걸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예 멈추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까?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지금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고 더 좋은 선택지, 더 옳은 선택지가 있는지 고민하느라 눈앞에 일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멋져 보이지 않고 좋아하던 것들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고작 방향을 잃고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겠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태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들의 끝에는 결국 손 놓고 서 있는 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3. 나는 실패가 익숙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뒤집기 위해 나는 몇 번식 시도했었다. 수면 패턴을 바꾸고, 수업을 신청하고, 운동도 해보고, 블로그도 해보고, 악기도 취미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잠깐의 신선함과 즐거움 뒤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몇 번이고 시도하고 몇번이고 돌아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이 부끄러워졌다. 무슨 일을 해도, 몇 번을 해도 실패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듯 실패와 패배가 익숙해져서 자존감이 점점 나아진다. 다짐을 위한 글을 써보려 해도 이미 나의 SNS, 블로그, 심지어 youtube에도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남아서, 비루한 다짐을 덧칠할 곳이 더는 없어진 것이다.

 

- 그럼에도
조급하고, 방향도 없고, 패배감에 매몰된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멋진 삶을, 보다 밝은 미래를, 내가 하는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너무나 갈망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다시 부끄러움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심경을 필사적으로 적고 있는 것이다.
이 방황을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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